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바이오기업들이 최근 임상시험을 중단하거나 연구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사의 특성상 초기부터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데, 최근 경기 불황과 자금 조달난으로 인해 상당수 기업이 임상 연구 중단을 선택하면서 사실상 신약 개발의 동력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스씨엠생명과학이다. 이 회사는 독자적인 줄기세포 원천기술인 ‘층분리배양법’을 보유하고 2020년 6월 기술성장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임상 2상 단계에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만 3개로, 국내 바이오 벤처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술력을 자랑했다. 회사는 면역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등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최근 자금난과 상장 유지 요건 충족 문제로 인해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시험을 사실상 중단했다. 특히 상장 유지 조건인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관리에 실패할 경우 상장폐지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회사는 신약 개발 연구 대신 재무건전성 관리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에스씨엠생명과학과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술특례 상장사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바이오 기업들은 초기 임상 개발 단계에서 연구개발(R&D)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여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임상 연구를 중단하거나 크게 축소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은 애초부터 큰 적자를 감수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융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며 “최근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 기업들이 결국 연구개발을 포기하거나 임상을 멈추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신약 개발 생태계 전반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이 임상 중단을 선택하게 되면, 신약 개발의 핵심인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투자자들의 신뢰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바이오 기업들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 차원의 지원이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 대한 특례 상장 유지 조건을 완화하거나, 초기 연구개발 단계 기업들에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이 단기적으로는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융시장 및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임상 중단 현상이 일시적인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결국 국내 바이오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금난에 따른 임상 중단이 빈번하게 발생할 경우, 혁신 신약 개발이라는 바이오 산업의 본래 취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바이오 벤처들의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환경 조성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지원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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